현대자동차 본사 School of Archive 강연 한다고해서 다녀왔다.
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런 강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건 회사생활의 손꼽는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.
회사에서 준비한 강연이다보니 회사의 앞으로의 방향성이나 전략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였지만, 분명 회사 외적으로 생각해볼만한 부분도 많았다.
강연의 주요 내용은 요즘 기업이나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(헤리티지) 도 소비자에게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으며, 현대차도 이런 흐름에 맞춰 '존재해오기만 했거나 역사로 기록되어있을 뿐이었던 과거' 를 재구성하고, 스토리를 만들고 '아카이빙'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. '우리가 이렇게 근본있는 브랜드라구요!' 라는 거다. 어쩐지 최근 1~2년 동안 포니나 각그랜저를 재해석 하는 등의 모습이 보인다더니 이런 전략의 일환이었나보다.
그렇다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명차나 프랑스의 패션브랜드를 후발주자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걸까? 연사인 송길영 부사장은 절대적 시간도 중요하지만 '깊은 고민의 총량', 즉 고민의 '밀도'를 제안한다. 오랜기간 근본으로써 자리매김하며 축적해온 내공을 넘어서는 개쩌는 (압축된)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.
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할 수 없었다. 먼저 공감했던 부분은 후발주자로서 경쟁자를 앞서려면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카이빙이든 뭐든 할 수 있는건 다 해봐야 한다는 것? 반면 회의적었던 점은 '동아시아 변방의 근본력'이 세계인의 브랜드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것인가 하는 점. 결국 핵심보단 곁가지에 투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 (물론 안하는 것 보단 낫고, 후발주자란 필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거니까.)
그 밖에도 나의 모든 것이 메시지이자 세상으로의 통로이며 개인의 모든 활동도 아카이빙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생길 수 있고, 데이터는 모두 가치를 가지지만 흐리멍텅하게 얻어진 데이터보다 철저히 계산되어 수집된 데이터가 더 가치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. 사실 나는 나의 모든 것이 메시지도 아니고 세상으로서의 통로도 막아놨기 때문에.. 나도 좀 바뀔 필요가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.
약 90분 간 강연과 질의응답을 보면서 내용 외적으로 참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던 점은 부사장이라는 직함과 나이임에도 그정도의 위트가 있다는 것이었다. 항상 새로운 데이터를 항상 접하고, 그걸 업으로 삼으면 저렇게 될 수 있는걸까. 부회장 짬바 미쳤다.
아주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.